"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라고, 리차드 브로티간은 자신의 작품 어딘가에 쓰고 있으며, 하루키는 커피를 다룬 글 중에서 이 문장이 제일 흡족스럽다고 하네요.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저로서는 스타벅스의 커피 맛이 좋다기 보다는 무료할 수 밖에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평온한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그 따뜻함에 매료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이 ‘기다림’의 시간을 평온하게 만든다고 했는데 ‘사랑’에 있어 기다림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 문학비평가인 롤랑 바르트의 사랑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저작인 '사람의 단상'에서 한 구절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기다림이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별 대수롭지 않은 늦어짐으로 야기되는 고뇌의 소용돌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 --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때로 나는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 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애써 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항상 패자이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나는 항상 시간이 있으며 정확하며 일찍 도착하기조차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늘 발생하는(설사 자신들은 cool한 관계라고 해도 결국에는 숨기지 못하는) 시기와 질투 등의 감정들도 따지고 보면 앞서 언급한 '별 대수롭지 않은 늦어짐'으로 나를 기다리게 만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