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실연당한 한 친구가 저에게 그녀를 잊기 위해 벌써 며칠째 술을 마시지만 그럴수록 기억은 더 선명해 진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이 악순환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괴로워 하더군요. 우습게도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그는 술 마시는 내내 자신의 휴대폰을 쳐다보거나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연락오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술 김에 전화하거나 집으로 찾아가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절대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강인했던 그리고 왠만한 큰 일에는 의연했던 친구의 방황을 보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나약하게 만들 수 있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시간의 지나면 이렇게 애를 쓰지 않아도 잊혀지고, 일상에 묻히며, 또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괜찮아 질 것이라고 좋은 인연은 다시 생길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그가 앞서 말한 '대부분의 사람'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가끔... 아주 가끔... 아주 오랫동안... 심지어 평생동안 그 상처를 가슴에 묻은채 살아가는 천진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경우는 비극적인 영화 속에서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잠시 신카이 마코토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의 다음과 같은 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리 길게 느껴진다고 해도 하루... 일주일... 한달... 그리고 일년...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감정의 시간도 망각의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홀로 맞는 밤은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잘 가지 않을 땐… 난 근처 역까지 걸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하며 시간을 때우고, 그것도 질리면 방까지 가능한 천천히 돌아가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