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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를 처음 읽은 것은 한창 군 생활 중이었던 97년 이 맘 때쯤이었습니다. 그의 다른 저작인 '콘트라베이스' 다음으로 연속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저는 한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단번에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무튼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분량과 중간 중간 삽입된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성장 소설들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스펀지에 물 스미듯 가슴을 촉촉하게 채워주는 그 무언가 있었습니다.

제목과는 달이 이 책에서 좀머씨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 주인공은 작가 자신일지도 모를 화자, 유년기 시절의 한 소년입니다. 그는 나무타기를 좋아하며 '올림 바' 음에 코딱지가 붙어있다는 이유로 그 음을 치기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이 일이 발단이 되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욕적인 오해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왜 '좀머씨 이야기'일까요? 주인공은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 좀머씨를 중요한 모티브로 개입시킵니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서 그것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인생에 있어 두 가지 선택방식. 세상에 대한 복수와 세상 안에서의 영생. 좀머씨는 전자를 택해 결국에는 자살하지만 주인공은 자살을 거부하고 후자를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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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와 주인공은 어쩌면 같은 의미에서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녔지만 결론적으로 다른 방법을 행합니다. 이는 그들의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주목해서 읽는다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또한 긴 여운을 남기는 좀머씨의 한 마디 "그러니 제발 그냥 내버려 주시요” 좀머씨는 주인공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랑해야 할 것인지, 결코 삶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던 것입니다(그 스스로 전자를 택함으로써 주인공은 후자를 택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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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el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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