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6/26 모과
  2. 2008/06/24 [Movie] 키즈 리턴
  3. 2008/06/20 사진이란 무엇인가
  4. 2008/06/19 [Books] 해커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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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하이텔이라는 PC통신을 통해 우연치 않게 알게 된 한 분이 내 삶의 질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나보다 2살이 연상이었다. 그리고 매섭게 추웠던 겨울날, 나는 한참동안을 오지 않은 그를 기다렸던 것 같다.

전해 준 음악을 들으며. 아... 이 사람의 삶의 질감은 이러하구나... 조금은 축축하고 또 덥다가 다시 싸늘히 식고... 그러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를 보내주었다. 그는 덧붙이기를 언젠가 퇴근하는 길에 1000원 짜리 모과 하나를 사서 방에 두었다고 한다. 모과를 그렇게 나두면 곧 썩어 들어가고... 그렇게 썩어가는 탈진의 상태에는 그 향내가 더 한다고 했다. 몸이 망가지며 이루어내는 자기 향내.... 곱씹어 보고 이룩해야할 지표가 아닐까라고...

木 瓜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亡身의 사랑이여!

- 김중식, 황금빛 모서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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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아무리 별 볼일 없다고 평가하더라도 혹은 긴 시간 내내 참을 수 없이 지루하더라도, 단 하나의 장면이나 대사 때문에 감동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다른 모든 것은 그 하나를 위한 준비운동이었다고 속삭이듯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시간 마음 어느 한구석에 고이 남겨집니다. 언젠가인지 모를 쓰임새의 순간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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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전거를 탔던 신지는 마짱에게 묻습니다.

"우리들, 이제 끝난 걸까?"

마짱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며 소리내어 웃습니다.

"바보야! 아직 시작도 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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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레이가 내린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사진은 시간이 빛에 보내는 키스였다."

과연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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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레이의 <앵그르의 바이올린>은 여성을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에 비유한 작품이다. 만 레이는 자신의 애인을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장 오귀스트 앵그르의 <발팽송의 욕녀>의 모델과 비슷하게 포즈를 취하게 한 다음, 사진으로 찍고 인화된 사진 위에 바이올린 마크를 새겨넣었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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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관련 서적 중 간혹 프로그래머나 개발자를 다룬 서적을 읽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폴 그레이엄의 '해커와 화가'라는 책은 좀 독특합니다(제목 자체부터 좀 독특하지 않나요?). 일단 이 책의 저자인 폴 그레이엄은 리스프 세계의 매우 뛰어난 프로그래머였고, 야후 스토어의 전신인 '비아웹'이라는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해 훗날 야후에 비싼 값(^^;;)에 판 다음 지금은 유유자적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컴퓨터 잡지 기자 생활을 하던 시절 간혹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대학 시절 제 전공이었던 인문학과 컴퓨팅 분야를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역자도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이 그것에 대한 하나의 힌트를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원래 생각한 것보다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시각도 제법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저자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의 스타트업 회사(우리 식으로는 '벤처')를 만드는 것이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가 돈 벌어주는 소프트웨어와 내게 흥미로운 소프트웨어 사이에 별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너무나 짜증이 나는 일이라서 누구도 그것을 공짜로 해결할 엄두를 내지 않는 힘겨운 일을 찾으라고 충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비유를 합니다.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은 박람회의 한 전시장에서 고릴라 옷을 입고 있는 것보다도 돈벌이가 적다. 소설을 쓰는 것은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광고 문구를 작성하는 것보다도 돈벌이가 적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떤 회사의 낡은(legacy) 데이터베이스를 웹 서버에 연결하는 것보다도 돈벌이가 적다"

저자는 이와 같은 경우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임시직을 갖고 있는 오픈소스 해커의 예를 들긴 하지만, 그것을 단지 일종의 취미 차원으로 국한시킬 뿐입니다. 돈도 많이 벌면서 멋진 소프트웨어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오픈소스로도 그것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국내에서는 과연 누가 그런(이 책에서 많이 언급된 애플과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선구자적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까요(혹은 가능할까요?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등의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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