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하이텔이라는 PC통신을 통해 우연치 않게 알게 된 한 분이 내 삶의 질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나보다 2살이 연상이었다. 그리고 매섭게 추웠던 겨울날, 나는 한참동안을 오지 않은 그를 기다렸던 것 같다.
전해 준 음악을 들으며. 아... 이 사람의 삶의 질감은 이러하구나... 조금은 축축하고 또 덥다가 다시 싸늘히 식고... 그러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를 보내주었다. 그는 덧붙이기를 언젠가 퇴근하는 길에 1000원 짜리 모과 하나를 사서 방에 두었다고 한다. 모과를 그렇게 나두면 곧 썩어 들어가고... 그렇게 썩어가는 탈진의 상태에는 그 향내가 더 한다고 했다. 몸이 망가지며 이루어내는 자기 향내.... 곱씹어 보고 이룩해야할 지표가 아닐까라고...
木 瓜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亡身의 사랑이여!
- 김중식, 황금빛 모서리 중에서


